중고 사기에 대한 민사적 대응방안 고찰

가압류

중고사기를 당했는데 상대방이 합의금의 형식으로 자발적으로 돈을 갖다 주지 않는 경우, 흔히 민사를 하라고들 말을 하지만 실제로 민사를 해서 돈을 받을 수 있을 확률은 낮다.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사례들만 봐도 10만원 사기당한 후 민사소송과 집행보조절차 등을 거쳤으나 1년 넘게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는 사례, 5만원 사기당한 후 민사소송, 집행보조절차, 민사집행법위반 형사고발(성공), 그리고 동산압류를 제외한 본집행절차를 모두 거쳤으나 1년 넘게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는 사례, 1만원 사기당한 후 지급명령을 받아냈으나 사기꾼에게는 마땅한 재산이 없어 보이고 재산명시, 재산조회 같은 집행보조절차에 들어가는 수수료도 아까워 흐지부지된 사례 등이 있다. 여기서 한 푼도 받지 못했다 함은 원본, 이자, 소송비용액확정결정 등을 포함한 집행권원상의 채권 전부와 관련해 1원도 변제받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런 문제에 대한 정석적인 해결방법은 민사소송을 하기 전에 미리 가압류를 걸어 놓는 것이다. 일단 이론상으로는, 가압류를 거는 데 성공하기만 하면 그 후 민사소송에서 이겼을 때 매우 편안하게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중고 사기꾼은 같은 계좌로 반복적으로 사기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계좌에 가압류를 걸어 놓으면 그 후 입금되는 피해금액에 대해 가압류의 효력이 미친다고 볼 여지가 있으므로 일단 걸 수만 있다면 실효성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또 현실적으로 중고 사기꾼에게 민사소송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므로 경쟁 채권자가 있을 가능성도 낮다.

다만 현실적으로 법원이 소액 중고사기에 대한 가압류 신청을 받아 줄지는 미지수다. 2인조 사기꾼이 공동으로 200명 가량에게 3천만원 이상의 중고사기를 치고 그 외에도 보험사기로 1천만원 이상을 편취한 사안에서, 중고 거래로 30만원을 사기당한 피해자 1명이 가압류를 신청했을 때 법원의 판단은 다음과 같았다.

고작 1건의 사례이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일반화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으나(가령, 신청인이 신청서를 이상하게 썼을 수도 있다), 피해금액이 30만원 정도로 소액인 경우에는 가압류를 신청해도 기각당할 위험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압류가 기각당하는 경우에는 가압류신청서를 작성하는 데 든 시간과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은 물론, 법적으로 부당한 신청을 막무가내로 한 것이 되므로 가압류 인지대 10,000원도 상대방에게 청구할 수 없고 본인이 부담하게 된다.

가압류가 기각되는 경우 그 사실이 사기꾼에게 통보되지는 않는다.

배상명령

현실적으로 가장 가성비 높은 민사적 대응수단이다. 지급명령, 소 제기 등 다른 민사적 수단은 소송에서 이기든 말든 상대방이 돈 안 주고 버티면 피해자 입장에서는 돈 받아낼 방법이 거의 없는 반면, 배상명령은 돈 안 주고 버티면 탄원서 제출 등의 방법으로 형사절차 내에서 반격을 가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압박감을 느낀 상대방이 자발적으로 돈을 줄 확률이 조금이나마 높아진다. 자세한 내용은 별도의 포스팅 참조.

지급명령

일반적으로 소제기보다 지급명령이 더 빠르고 간편하며 비용도 싸게 먹힌다. 그런데 지급명령을 신청하려면 상대방의 주민등록번호(또는 과거 또는 현재의 주민등록상 주소) 및 실 거주지 주소를 모두 알고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중고거래에서 구매자 입장인 사기 피해자가 판매자 입장인 사기꾼의 주소를 아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예외적으로 사기꾼의 주소를 알아낼 수 있는 경우가 있다.

1. 중고 사기꾼의 특징 중 하나는 거래 중 먼저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신분증을 깐다는 것이다. 내 경험상, 나중에 법적 절차를 통해 확인한 사기꾼의 실제 신상과 비교해 봤을 때, 사기꾼이 보내는 신분증은 합성 또는 도용되지 않은 본인의 진짜 신분증인 경우가 많았다.

2. 배상신청인은 형사 판결서를 송달받는데, 거기에는 피고인의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이 온전하게 나와 있다. 본인이 배상신청을 하지 않았더라도 같은 카톡방에 있는 다른 피해자가 배상신청을 해서 판결서를 송달받았으면 그걸 좀 보여달라고 해서 인적사항을 알아낼 수 있다.

3. 형사판결 또는 약식명령이 확정된 경우, 가까운 검찰청에 가서 판결등본 또는 약식명령등본을 발급받는다. 검찰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피고인의 인적사항을 가린 채 복사해서 주나, 가끔 검찰 직원이 인적사항 부분만 가리고 범죄사실은 안 가린 채로 복사해 주는 경우가 있다. 중고 사기의 경우 범죄사실에는 “피고인은 2019. 9. 1. 서울 강북구 월미로9가길 909호(월미동) 소재 피고인 자신의 주거지에서 네이버 중고나라 게시판에 ㅇㅇㅇㅇㅇ라는 글을 게시하였다.”라는 식으로 피고인의 주소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전입신고가 된 주민등록상 주소라는 보장은 없으나, 내 경험상 대부분의 경우에는 주민등록상 주소가 맞았다. 주민등록상 주소인지 여부가 자신이 없다면, 직접 해 보지 않아서 확실하지는 않으나, 일단 이 주소로 지급명령 신청 후 재판부에 전화해서 “채무자의 주소가 주민등록상 주소인지 여부를 확인하고자 하니 채무자의 이름과 주소가 기재된 보정명령을 내려 달라”고 요청해 볼 수도 있을 듯하다. 보정명령이 나오면 그걸 가지고 가까운 동사무소로 가서 상대방의 초본을 발급받을 수 있는데, 이 때 주소가 불일치해서 초본 발급이 안 된다고 하면 그건 주민등록상 주소가 아닌 것이다. 그런 경우에는 지급명령신청을 취하하고 소를 제기하는 것이 좋다.

그 밖에 공판 또는 약식명령 진행 중인 법원에 재판기록 열람복사 신청하기, 공판 방청하면서 인정신문 듣기 등 잡다한 방법들이 있으나 효율성이 떨어지므로 생략한다.

지급명령 신청시, 원래 법적으로는 증거자료를 첨부할 필요가 없으나 현실적으로는 ‘첨부서류’란에 증거자료를 첨부해서 제출하는 것이 좋다. 지급명령에는 기판력이 없으므로 나중에 채무자가 딴소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급명령신청의 근거가 되는 증거자료를 계속 보관하고 있어야 하는데, 전자소송으로 지급명령 신청시 증거를 첨부해서 내면 그 자료가 전자소송 시스템상에 영구히 보관되므로 증거보관의 부담이 조금은 가벼워진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원본은 계속 갖고 있는 것이 좋다.

피해금을 초과하는 금액 청구하기

중고사기를 당하면 피해금 자체보다 사기로 인한 시간적·정신적 손해가 더 큰 경우가 많으나, 현행 판례상으로는 사기꾼에 대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피해금 상당액만 청구 가능하고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는 청구가 어렵다(대법원 2004. 3. 18. 선고 2001다8250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앞서 말했듯이 중고 사기꾼에 대한 민사에 있어서 가장 큰 난관은 집행이지만, 설령 집행이 쉽게 가능하다 하더라도 사기로 인한 손해를 전부 보전받는 것은 법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다행히 여기에 대해서는 법적 우회로가 있다. 불법행위가 아닌 계약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된다.

중고 사기의 경우, 판매자인 사기꾼과 구매자인 피해자 사이에는 낙성계약으로 매매계약이 성립했다. 사기꾼은 애초에 물건을 갖고 있지 않았을 것이므로 이 계약이 원시적 객관적 불능인지 여부가 문제되나, 다행히 실존하지 않는 가상의 물건을 판매하는 사기꾼은 현실에 거의 존재하지 않고, 대부분의 사기꾼들은 ① 신품 또는 그와 동일시할 수 있는 물건을 판매하거나, ② 남이 블로그에 올려 놓은 사진을 도용해 중고품을 판매한다. 전자의 경우 사기꾼은 본인이 신품을 소유하고 있지 않았더라도 가게에서 새로 구입해서 보내주면 계약을 이행할 수 있는 것이므로 원시적·객관적 불능이 되지 않고, 후자의 경우 타인 물건의 매매이므로 원시적·객관적 불능이 되지 않는다. 또한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는 민법상 당연무효가 아니라 취소의 대상이 되는 것뿐이므로 구매자가 이 계약을 취소하지 않는 한 그 계약의 효력은 그대로 존속한다(대법원 1985. 11. 12. 선고 85도1765 판결). 따라서 사기꾼과 구매자 사이의 매매계약은 유효하다.

사기꾼이 이 계약을 지키지 않는 경우, 구매자는 사기꾼에게 전보배상과 지연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전보배상은 원래 받기로 했던 물건의 가치만큼을 돈으로 받는 것을 말하고, 지연배상은 물건의 수취 또는 그에 갈음하는 전보배상액의 수취가 늦어짐으로 인한 추가적인 손해를 배상받는 것을 말한다. 전보배상과 지연배상은 동시에 청구 가능하다(단, 정확히 따지면 이론異論이라고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론 비슷한 것이 있음). 다만 현실적으로 중고 사기의 경우 지연배상은 받아낼 수 있는 금액 대비 그 액수 입증을 위한 자료를 모으는 귀차니즘이 더 큰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굳이 지연배상을 청구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사기꾼과의 사이에 별도의 지체상금 약정을 했거나, 이행지체가 장기화되는 도중 물건의 시가가 대폭 하락해 버린 경우(시세 하락으로 인한 구매자의 손해와 판매자의 이행지체 간에는 인과관계가 있다)에는 그 액수에 대해 지연배상을 청구하는 게 좋을 것이다. 어쨌거나 주된 공격수단은 전보배상이다.

전보배상이 좋은 이유는 이것만으로도 피해금액보다 큰 금액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판례에 의하면, 이행지체에 의한 전보배상에 있어서의 손해액 산정은 본래의 의무이행을 최고한 후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당시의 시가를 표준으로 하고, 이행불능으로 인한 전보배상액은 이행불능 당시의 시가 상당액을 표준으로 할 것인바, 채무자의 이행거절로 인한 채무불이행에서의 손해액 산정은, 채무자가 이행거절의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여 최고 없이 계약의 해제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에는 이행거절 당시의 급부목적물의 시가를 표준으로 해야 한다(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5다63337 판결). 대부분의 중고 사기꾼들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유혹하기 위해 가장 인기 좋은 품목인 ‘신품’을 시세보다 약간 낮은 가격에 올려 놓는 경우가 많다. 가령 시가 30만원짜리 물건인 경우 급전이 필요해서 싸게 내놓는다고 주장하며 25만원에 올려 놓는 식이다. 이 경우 25만원 사기당한 피해자는 위 법리에 의해 사기꾼에게 30만원을 청구할 수 있다.

전보배상청구의 요건. 이행지체로 인한 전보배상청구권이 발생하려면, 지체 후의 이행이 채권자에게 이익이 없는 때에 해당하는 경우(영화표 중고거래 등)가 아닌 한, 일반적으로 ① 판매자의 이행지체, ② 상당한 기간을 정한 이행 최고가 있었어야 한다. 이와 관련된 몇 가지 쟁점을 살펴보자.

□ 계약 당시 이행기에 대한 약정이 없었던 경우: (i) 중고나라의 거래관행상 구매자가 물품대금을 입금하면 판매자는 그 당일에(또는 주말이나 공휴일에 거래한 경우 가장 가까운 영업일에) 물건을 발송해 주겠다는 데 대한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보아 그 다음날부터 판매자가 이행지체에 빠진다고 볼 수도 있고, (ii) 구매자의 물품인도청구권을 이행기의 정함이 없는 채권으로 보아, 물품대금 입금으로 동시이행의 항변권이 소멸한 후 구매자가 판매자에게 1번이라도 이행청구를 하면 그 다음날부터 판매자가 이행지체에 빠진다고 볼 수도 있고, (iii) 매매계약의 쌍무계약성 및 민법 587조 2문의 규정 취지 등에 비추어 판매자가 이행지체에 빠지게 되는 시점은 구매자가 매매대금을 지급한 시점과 최대한 가깝게 잡아야 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법리상 이행기가 문제되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사기꾼이 부득이한 사정을 어필하면서 구매자의 양해를 구해 물건 보내는 날짜를 지속적으로 미룬 경우: 그게 이행기 연장의 의사표시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상당한 기간을 정한 이행의 최고에 해당하는지를 사안마다 개별적으로 따져 봐야 할 것이다.

□ 이행의 최고를 할 때 상당한 기간을 정했어야 하는지 여부: 상당한 기간을 정하지 않고 그냥 이행 최고만 하더라도 그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지나면 전보배상청구권이 생기는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한 명시적인 판례는 아직 없는 듯하나, 전보배상청구권이 아닌 해제권이 문제된 사례에서 판례의 태도는 위와 같았고(대법원 1979. 9. 25. 선고 79다1135, 1136 판결, 대법원 1990. 3. 27.자 89다카14110 결정, 대법원 2011. 9. 29. 선고 2009두15432 판결 등), 해제권과 전보배상청구권은 그 성질이 비슷하므로 전보배상청구권에 대해서도 동일한 법리가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 ‘상당한 기간’이 정확히 며칠인지: 중고나라에서 거래되는 물품은 구하는 데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 저렴한 공산품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사기꾼은 그냥 인터넷 쇼핑몰에서 원래 거래하기로 한 것과 동일 모델의 물품을 주문하면서 구매자를 수취인으로 지정하는 방법으로도 매매계약상의 의무를 다할 수 있고, 그와 같은 행위를 하는 데에는 10분 이상 소요되지 않는다. 따라서 판매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행 최고를 받은 당일 그 물건을 주문 또는 발송해 주는 것이 상당하다. 물건이 구매자에게 도착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상당한 기간은 택배 배송기간인 1~5일이 될 것이다.

□ 도달주의: 사기꾼들 중에는 돈 받은 후 아예 전화번호를 차단하고 연락을 안 받는 자들도 많다. ‘상당한 기간을 정한 이행의 최고’는 반드시 판매자에게 도달해 판매자가 그걸 실제로 봐야만 법적 효력이 생기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이행지체로 인한 전보배상청구권의 요건을 갖출 수 없다. 대신 사기를 친 후 의도적으로 연락을 회피하는 것은 이행거절의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는 것에 해당하므로 이행거절로 인한 전보배상청구의 요건이 갖춰질 것이다.

전보배상액 산정. 전보배상의 액수인 ‘시가’를 어떻게 산정해야 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우선 대체거래가 없었던 경우를 상정해 보자. 미개봉 새제품의 경우 중고나라에서 거래되는 가격과 쇼핑몰에서 거래되는 가격 중 무엇을 시가라고 봐야 하는지가 문제된다. 여기에 대해서는, 애초에 사기꾼과 구매자 사이의 거래가 중고나라에서 있었던 것이므로 시가 산정도 중고나라 시세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이런 경우 쇼핑몰 거래가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은 이행이익, 즉 판매자가 100%의 확률로 채무를 제대로 이행했을 때 구매자가 얻게 되는 이익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하는데, 중고나라 거래가격은 판매자가 사기꾼일 위험까지 감안해서 책정된 것이므로, 중고나라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이는 판매자가 한 90%의 확률로 채무를 제대로 이행했을 때 구매자가 얻게 되는 이익을 기준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행이익의 개념에 부합하는 시가는 쇼핑몰 거래가격이다.

쇼핑몰마다 가격이 제각각인 문제는, 원론적으로는 실제 시장에서 사람들이 사는 비율대로 안분해서 평균적인 시가를 산정함으로써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아이패드의 네이버쇼핑 최저가는 38만원, 애플스토어 정가는 43만원인 경우, 실제 현실에서 인터넷 최저가로 사는 사람이 30%, 정가대로 사는 사람이 70% 정도 된다고 치면 시가는 38만 × 0.3 + 43만 × 0.7 = 415,000원이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이 %를 정확히 알아내기가 어렵거나 귀찮은 경우가 많을 것이므로 간편하게 1:1의 가중치로 평균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 실제로 법원도 여러 가지 가치평가액이 경합할 때 어디에 더 가중치를 줘야 할지 잘 모르겠는 경우에는 1:1로 평균 낸 금액을 쓰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서울고등법원 2012. 6. 29. 선고 2010나95019 판결은 “위와 같이 산정된 순자산가치와 수익가치 중 어느 것이 쌍용제지 주식의 객관적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으므로(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이 완료되어 원고가 피고로부터 쌍용제지 주식을 취득함으로써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을 평가함에 있어서,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상의 쌍용제지 주식 매매대금만을 쌍용제지 주식의 객관적 가치를 반영한 금액으로 볼 수도 없다), 결국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같은 비율로 고려하여 쌍용제지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게 쌍용제지 주식을 취득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산정하는 방법이라고 볼 수가 있다.”라고 했다.

시가에 대한 증거를 확보해 놓기 위해서는 archive.today 같은 아카이브 사이트에 해당 인터넷 페이지의 복사본을 떠 놓는 것이 좋다.

다음으로는 대체거래가 있었던 경우, 즉 판매자가 물건을 보내 주지 않아서 딴 데서 동일 모델의 물건을 구입한 경우를 상정해 보자. 이 때 구매자가 평균시가보다 저렴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한 경우와 평균시가보다 비싼 정가몰에서 구입한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두 경우 모두 구매자에게 불리하고 사기꾼에게 유리한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시가보다 저렴하게 구입한 경우에는, 손해배상제도는 실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하고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을 빌미로 채권자가 초과이익을 얻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므로 구매자는 자신이 실제 지출한 금액만큼만 청구 가능하다. 시가보다 비싸게 구입한 경우에는, 누가 시가보다 비싸게 구입하라고 등을 떠민 것도 아닌데 구매자의 과실로 그렇게 비싸게 구입한 것이므로 실제 지출한 금액 중 시가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청구할 수 없을 것이다.

전보배상채무의 이행기. 전보배상청구권이 성립한 날 또는 그 다음날부터 붙는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cf. 양창수, 2015).

기타. 실제 이 논리로 사기꾼에게 소송 걸어서 승소한 사례가 있다.

이 논리가 항상 통한다는 보장은 없고,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구매자가 사기꾼에게 환불을 요구한 경우 그것이 정확히 어떤 의사표시인지를 해석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 논리로 걸어서 이겼을 경우에도 소소한 단점이 있다. 불법행위로 청구하는 경우에는 사기꾼이 도산절차에서 면책결정을 받아도 불법행위 채권이 존속하지만(회생파산법 566조 3호, 625조 2항 4호), 계약위반으로 청구하는 경우에는 면책결정이 있으면 채권이 날아갈 수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중고 사기꾼이 도산하는 경우는 아직 보지 못했다.

소제기 후 사실조회로 피고 주소 알아내기

사기꾼에게 민사를 걸고 싶은데 주민등록상 주소, 주민등록번호, 실제 거주지 주소 등을 모르는 경우에는 소장 제출 후 사실조회신청을 통해 알아내려고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 사실조회 신청방법은 다른 블로그에 잘 정리돼 있고, 여기서는 몇 가지 문제되는 경우의 해결방법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 어떤 기관에 사실조회를 신청해야 하는가? 사기꾼이 검거된 경우에는 해당 경찰서 또는 검찰청에 사실조회를 보내는 게 제일 좋다. 예전 주소가 아닌, 현재 거주하는 주소를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통신사에 전화번호에 대한 사실조회를 하고 싶은데 피고가 무슨 통신사를 쓰는지 모르는 경우: 통신사에 전화해서 전화번호 불러주면서 그쪽 고객인지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하면 즉석에서 확인해 준다.

□ 농협 계좌에 사실조회 하는 경우: ‘농협은행’과 ‘농협중앙회’를 정확히 구분해서 보내거나,* 잘 모르겠으면 두 곳 모두 사실조회를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 새마을금고 계좌에 사실조회 하는 경우: 새마을금고는 각 지역별 새마을금고가 각각 별개 법인이어서, 사실조회를 보낼 땐 정확히 그 해당 계좌가 개설된 그 새마을금고 지점에 보내야 한다. 새마을금고중앙회에 전화해서 계좌번호 불러주면서 어디 새마을금고 계좌인지 가르쳐 달라고 하면 즉석에서 가르쳐 준다. 만약 여기서 거절당하는 경우, 새마을금고중앙회에 사실조회를 보내면 그 회신으로 가르쳐 준다.

집행

재산명시, 채무불이행자명부등재, 재산조회에 대해서는 이 블로그에 별도의 포스팅으로 자세히 정리해 두었다. 다른 집행절차에 대해서는 국회도서관 사이트에서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는 법원실무제요 민사집행편을 참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