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배상명령 신청방법

범죄 피해자가 가해자에게서 손해배상을 받고 싶으면 형사고소를 해서 ‘합의금’의 형식으로 받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가해자가 합의할 생각 없이 배째라 모드로 나오는 경우에는 민사소송을 하거나 배상명령을 신청해서 집행권원을 취득할 수밖에 없다.

민사소송을 할 것인가, 배상명령을 신청할 것인가? 적시에 가압류를 거는 데 성공했다면 민사소송이 나을 수도 있겠지만, 아마 대부분의 경우에는 가압류 같은 건 하지 못했을 것이고 그런 경우에는 배상명령이 낫다고 본다. 왜냐하면, 민사소송을 하려면 소송비용이 5만원 정도 들 뿐만 아니라 평일 업무시간에 잡힌 변론기일에 법원에 출석까지 해야 하는 부담이 따르지만, 배상명령은 신청서를 법원에 보내기 위한 등기우편요금 2,500원 외에 추가비용이 들지 않고 신청인이 법원에 출석할 필요도 없어 간편하기 때문이다. 또한 배상명령을 신청하면 범인이 형사재판 진행 도중 자발적으로 돈을 줄 확률이 조금이나마 높아진다. 배상신청인에게 돈을 줬는지 안 줬는지가 형사법원의 직접적인 심판대상이 되기 때문에 공판기일에 판사가 범인에게 ‘피해자에게 돈은 돌려줬나요?’라고 한 번이라도 더 질문을 하게 될 수 있고, 그로 인해 범인이 약간이라도 더 심리적인 압박을 느끼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중고 사기꾼이 배상명령을 신청한 피해자에게는 돈을 주겠다고 연락했지만 그렇지 않은 피해자에게는 연락을 하지 않은 사례가 있다.*

배상명령을 신청해서 법원에서 받아들여진다고 ‘돈’이 당장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배상명령은 민사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을 뿐이고, 배상명령을 받은 후 실제 돈을 받으려면 ‘민사집행’이라는 것을 해야 한다. 자잘한 사기범, 절도범을 상대로 민사를 하는 경우에는 사실 소송에서 이기는 것은 쉽고 집행이 어려운 것인데, 이 어려운 집행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배상명령신청도 일반 민사소송과 동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상명령을 신청해야 하는 이유는 신청해서 손해볼 것이 전혀 없고, 신청하지 않았을 때보다 돈 받을 확률이 조금이라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신청요건

범죄의 종류. 소촉법상 배상명령 신청이 가능한 범죄는 상해죄, 중상해죄, 상해치사죄, 폭행치사상죄(단, 존속폭행치사상죄는 제외), 과실치사상의 죄, 강간과 추행의 죄, 절도와 강도의 죄, 사기와 공갈의 죄, 횡령과 배임의 죄, 손괴의 죄 및 이를 가중처벌하는 죄와 그 미수의 죄, 성폭법상 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공중밀집장소에서의추행·성적목적을위한공공장소침입·통신매체음란행위·카메라등이용촬영죄 및 그 미수범, 아청법상 성매매 및 강요죄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도 소촉법과는 별도로 배상명령을 허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포통장 명의자에 대해서는 배상명령 신청이 불가능하다. 대포통장을 이용하는 사람에게 사기당한 경우, 간혹 본범은 안 잡히고 대포통장 명의자만 잡혀서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로 기소되는 경우가 있는데,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는 소촉법상 배상명령 신청 가능한 죄가 아니다.

신청기간. 사실심 공판 계속 중에만 신청 가능하다. 즉, 검사가 범인을 정식기소했을 때부터 제1심 또는 항소심의 마지막 공판기일까지만 신청 가능하다. 경찰, 검찰에서 아직 범인을 수사 중인 경우에는 신청할 수 없으며, 신청하려면 기소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신청해야 한다. 검사가 범인을 기소하더라도 약식으로 기소한 경우에는 공판이 열리지 않으므로 배상명령을 신청할 수 없다. 약식기소된 범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하면 그 때부터는 배상명령을 신청할 수 있게 되나, 현실적으로 자잘한 사기·절도범죄를 저지르고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범인은 드물기 때문에 그냥 약식기소가 된 순간 배상명령은 물 건너 갔다고 생각하는 게 편하다. 통상 수백만원 이상의 범죄자는 정식기소되는 경우가 많고, 백만원 내외의 범죄자는 약식기소되는 경우가 많다.

사실심 공판이 끝난 후에는 배상명령을 신청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제1심 판결이 이미 나 버린 상황에서는 범인이 항소기간 내에 항소하면 항소심에서 신청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으면 신청할 수 없다. 범인을 경찰에 신고할 때 고소, 고발이 아닌 ‘진정서’의 형태로 신고한 경우에는 나중에 검사가 범인을 기소할 때 피해자에게 통지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경찰신고 후 넋 놓고 있다가 나중에 갑자기 생각나서 알아보면 이미 재판 다 끝나고 판결 나와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집행권원을 확보하려면 일반 민사소송을 해야 한다.

법적으로 정해진 신청기간이 언제까지인지에 관계없이, 배상명령은 되도록이면 기소 후 최대한 빨리 신청하는 것이 좋다. 신청을 늦게 할수록 판사가 ‘심리하기 귀찮다’는 이유로 배상명령을 각하해 버릴 확률이 높아진다.

범인이 미성년자인지 여부. 현실적으로 범인이 미성년자라면 배상명령은 신청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범인이 미성년자라고 해서 법적으로 배상명령신청이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미성년자가 범죄를 저지르면 살인 등 어지간한 중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닌 한 보통은 ‘소년부’로 송치해 소년재판을 받게 하는 경우가 많다. 소년재판절차는 형사공판절차와 그 법적 성격을 달리하는 별개의 절차다. 소촉법상 배상명령은 형사공판절차에서만 할 수 있게 돼 있으므로, 범인이 소년부로 송치돼 소년재판을 받게 되면 배상명령은 신청할 수 없다.

본인이 경찰신고를 했는지 여부. 현실적으로 본인이 경찰신고를 하지 않았으면 배상명령은 신청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경찰신고를 하지 않은 피해자라고 해서 법적으로 배상명령신청이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경찰신고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나중에 범인이 기소되고 나서 보니 공소사실에 본인에 대한 범행 부분도 포함돼 있으면 그 포함된 부분에 대해서는 배상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여러 피해자에게 사기를 친 사기꾼이나 여러 피해자의 물건을 훔친 절도범의 경우, 범인이 신고가 들어오지 않은 범죄 부분까지 자발적으로 자백하지 않는 한 보통은 경찰에 신고가 들어온 부분에 대해서만 수사와 기소가 이루어진다. 배상명령은 기소가 이루어진 범죄사실에 대해서만 신청 가능하다.

이 경우 배상명령을 신청할 기회가 아예 차단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이라도 경찰신고를 하면 그 피해사실에 대해서도 몇 달 후 기소가 이루어질 것이므로 그 때 배상명령을 신청하면 된다.

원칙적으로 민사소송과 배상명령은 동시에 진행 불가. 민사소송을 먼저 걸어 둔 상태로 배상명령을 신청하면 법원은 배상신청을 각하해야 하고, 배상명령을 먼저 신청해 둔 상태로 민사소송을 걸어도 법원은 기존에 계속 중이던 배상신청사건을 각하해야 한다.

다만 배상명령사건을 맡고 있는 형사법원이 관련 민사소송의 진행 여부를 자동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사자가 알려 줘야 법원도 알 수 있다.

신청방법

배상명령은 민사가 아닌 형사재판에 부수된 절차이고, 형사재판에는 아직 전자소송이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배상명령신청은 인터넷으로 할 수 없고 종이로 해야 한다. 종이로 신청하는 절차가 특별히 복잡한 것은 아니다.

신청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법원명과 사건번호를 알아야 한다. 법원명과 사건번호는, 본인이 아는 한도 내에서 사건이 가장 마지막으로 머물러 있었던 기관에 전화해서, 해당 사건이 지금 어떤 기관으로 넘어갔는지와 그 기관의 사건번호를 물어보는 식으로 몇 번 전화 돌리면 금방 알아낼 수 있다. 참고로 사건번호는 각 기관마다 개별적으로 부여하므로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의 2019고단3456호 사건과 ‘대전지방법원’의 2019고단3456호 사건은 숫자가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다. 사건을 특정하려면 기관명과 사건번호를 둘 다 알아야 함에 유의하기 바란다.

사건번호를 알았으면 법원 사이트의 ‘나의 사건검색’ 메뉴로 들어가서 법원명, 사건번호, 피고인 이름을 입력하여 사건에 대한 정보와 진행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여기에 사건정보를 입력하고 ‘검색’을 누르면…
이런 정보가 뜬다.

이 정보를 이용해 배상명령신청서를 작성해 보자. 신청서 양식은 법원 전산양식 B3002로 정해져 있다.

전산양식 B3002

그런데 나는 개인적으로 이게 디자인이 별로 예뻐 보이지가 않아서, 내 취향에 따라 디자인을 좀 바꿔서 사용한다. 어차피 법률서면은 디자인이 아니라 내용이 중요한 것이므로 어떤 디자인으로 써내든 법적 효력은 동일하다.

참고로 내 세팅은 글씨체는 휴먼고딕 및 대한인쇄문화협회 바른명조체, 글씨크기 12, 줄간격은 한 줄에 21줄 들어갈 정도, 여백은 민사소송규칙을 따른다.

사건에는 사건번호와, 나의 사건검색에서 ‘피고인 및 죄명 내용’ 항목에 나와 있는 죄명을 적는다. 여러 사건이 병합돼 있어서 그 중 자기가 어떤 사건번호에 해당하는지 잘 모르겠는 경우에는 ‘2019고단3456,4628(병합) 사기등’ 같은 식으로 다 적으면 된다.

신청인에는 본인 이름, 주민등록상 주소, 전화번호를 적는다.

만약 주민등록상 주소와 문서를 송달받을 수 있는 주소가 다르다면 ‘송달장소’라는 이름으로 문서를 송달받을 주소도 적는다. 나중에 그 주소로 판결문이 송달돼 올 것이다. 주민등록상 주소는 나중에 본인확인을 위한 수단이 되므로 동호수까지 정확하게 적어야 하고, 송달장소는 나중에 판결문을 송달받아야 하므로 동호수까지 정확하게 적어야 한다. (주민등록상 주소가 곧 송달장소인 경우에는 송달장소를 따로 적을 필요가 없다.)

참고로 배상명령신청서는 그 부본이 피고인에게도 송달된다. 신청서에 적은 내용은 피고인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소촉법 28조 후문에 따라 신청서 부본 상의 신청인 성명과 주소 등 신청인의 신원을 알 수 있는 사항의 전부 또는 일부를 가리고 송달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가능하나, ‘신청서’는 신원이 가려진 채로 송달할 수 있다 하더라도 나중에 배상명령이 받아들여졌을 때 그 배상명령이 기재된 ‘판결서’는 배상신청인의 신원을 가리고 송달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어 결과적으로는 주소가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신청서에 적은 인적사항은 기본적으로 상대방도 알게 된다고 생각해야 한다.

신청인이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소송능력이 없어 법정대리인이 대리로 신청해야 하므로, 법정대리인의 인적사항을 함께 표기한다. 예시:

김갑동
서울 강서구 까치산로14길 59, 203호 (화곡동)
미성년자이므로 법정대리인 부 김철수, 모 박영희
전화번호 010-1234-5678

내 경험상 신청인이 미성년자라도 법정대리인은 사건에 별 관심이 없고, 실질적인 증거수집, 서면작성, 담당자와의 전화통화 등 업무처리는 미성년자 본인이 도맡아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도 형식적으로는 법정대리인이 대리로 배상명령신청서를 작성·제출하는 형식을 취해야 법적 효력이 생긴다.

피고인에는 그 사건의 피고인들 중 본인에 대한 범행과 관련이 있어서 배상명령 청구의 상대방이 되는 피고인들의 이름을 적는다. 그런데 일반적으로는 피해자에게 공소장 사본이 제공되는 것도 아니므로 피고인들 중 정확히 누가 본인에 대한 범행과 관련 있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잘 모르겠으면 그냥 다 적는 것이 무난하다.

피고인 주소는 적지 않아도 된다. 현실적으로 배상신청인이 신청 전에 피고인의 주소를 알아낼 방법이 없을 뿐만 아니라, 어차피 법원은 피고인의 주소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당해 사건의 피고인으로 돼 있지 않은 자에 대해서는 배상명령신청이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피고인 2명이 공범인데 한 명은 서울에서, 한 명은 부산에서 각각 기소된 경우, 배상명령신청도 각각 따로따로 총 2건을 해야 한다.

배상을 청구하는 금액에는 범행으로 인한 ‘직접적인 물적 피해, 치료비 손해 및 위자료’를 적는다. 직접적인 물적 피해라 함은 절도, 사기 등 재산범죄에 있어서 불법으로 영득된 재물 또는 이익의 가액을 말하고, 손괴의 경우에는 그 수리비가 될 것이다. 절도, 사기 등 재산범죄를 당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자료는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판례다(대법원 2004. 3. 18. 선고 2001다8250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상해 등 신체에 대한 범죄에 있어서는 치료비 손해 및 위자료에 한정되며, 그 이외에 기대수입 상실의 손해 등은 제외된다.

배상명령을 신청할 땐 받아야 할 돈의 원금만 청구하고, 이자 및 지연손해금은 청구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래야 배상명령이 인용될 확률이 높아진다.

범인에게 일부 금액을 이미 돌려받은 경우에는 이를 제외한 나머지 원금만 쓰면 된다.

배상의 대상과 그 내용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범행과 관련해서 배상명령을 신청한다는 것인지를 특정할 수 있을 정도로 간략하게 적는다.

위 예시에서 ‘신청인은 피고인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했으나 아직 받지 못했습니다.’라는 다소 쓸데없어 보이는 문장을 넣은 이유는 사기꾼의 기망으로 인해 체결된 매매계약 등이 취소 또는 해제됐음을 명백히 하기 위함이다. 대법원 1985. 11. 12. 선고 85도1765 판결 참조.

범인과 사이에 돈이 여러 번 왔다갔다하는 등 사건이 뭔가 복잡하게 꼬여 있는 경우에는 ‘공소장’을 입수해서 그 공소장의 범죄사실 및 범죄일람표의 항목번호를 인용하는 식으로 적는 것이 가장 좋다. 법원에서 피해자 재판기록 열람·복사 신청서를 다운받아 작성한 뒤, 수입인지 500원짜리를 붙여 해당 법원에 등기우편으로 보내면 된다. 신청서 접수 후 담당판사의 허가가 나오기까지 1개월 정도 소요될 수 있으며, 복사를 허가받으면 보통 우리나라 법원이 자체적으로 기록을 복사해서 민원인에게 우편으로 보내 주는 친절을 베풀지는 않기 때문에 민원인이 해당 법원으로 직접 가서 기록을 복사해 와야 한다.

만약 공소장을 입수할 만한 시간적·금전적 여유가 되지 않는다면, 본인이 나름대로 범죄사실을 간략하게 정리해서 서술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필요시 표를 첨부하는 것도 좋을 수 있다.

범죄사실 외에 추가로 판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여기에 적어도 무방하나, 보통은 그런 것은 ‘탄원서’라는 제목으로 별도의 서류로 내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날짜는 법원에 제출하는 날짜를 적는 것이 원칙이나, 이 날짜에 특별한 법적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므로 며칠 어긋나도 상관은 없다. 법적 효력 있는 날짜는 법원에서 문서를 접수하면서 찍은 접수인에 적혀 있는 날짜다.

서명·날인: ‘신청인’ 또는 ‘신청인의 법정대리인’이라고 자격을 기재하고, 그 옆에 이름을 기재하고 도장을 찍는다. 원래 법률용어로 ‘서명’이라는 것은 본인이 자필로 자기 이름을 알아볼 수 있게 적는 것을 의미하므로, 법을 그대로 따르자면 배상명령신청서에는 자기 이름을 프린트하지 말고 손으로 써야 한다. 그러나 나는 서명은 절대 하지 말고 그냥 자기 이름을 프린트로 할 것을 권한다. 왜냐하면 배상명령신청서는 그 부본이 범인에게도 송달되는데, 여러분의 서명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범인이 알게 되면 범인이 그걸로 무슨 나쁜 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서명 대신 기명을 해도 신청서는 똑같이 유효하다(대법원 1978. 12. 26. 선고 77다1362 판결 참조).

날인이란 도장을 찍는 것을 말한다. 이 때 절대로 인감도장을 찍어서는 안 된다. 엄지손가락 지문을 찍는 것도 권하지 않는다. 막도장, 그 중에서도 컴퓨터 폰트로 자동으로 새겨져 나오는 싸구려 1000원짜리 막도장을 구입해서 찍는 것이 가장 좋다. 그래야만 도장 위조로 인해 낭패를 보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별도의 글을 참조하기 바란다.

법원 및 재판부는 ‘나의 사건검색’에서 법원과 재판부를 확인해서 그대로 적으면 된다.

첨부서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아무것도 낼 필요가 없다. 특히 경찰에 신고하면서 제출한 통장거래내역 등 증거서류를 배상명령 신청하면서 중복으로 제출할 필요가 없다. 경찰에 제출한 증거는 사건기록에 편철돼 형사법정에도 이미 올라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까지 내지 않은 새로운 자료를 제출하고 싶다면 첨부서류로 내야 할 것이다.

미성년자를 위해 법정대리인이 신청하는 경우에는 등본, 가족관계증명서 등 법정대리관계를 밝힐 수 있는 서류를 첨부해야 한다.


신청서를 작성했으면, 그걸 피고인 수 + 1장만큼 출력한다. 배상명령신청서는 피고인에게도 송달돼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피고인이 1명이면 신청서는 2장, 피고인이 5명이면 신청서는 6장 출력한다. 그리고 그 각각의 신청서마다 도장을 찍는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절대로 인감도장 등 중요한 도장 또는 지문을 찍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첨부서류(만약 있다면) 및 본인 또는 대리인의 신분증 앞면 사본을 준비한다. 이것들은 피고인 수에 관계없이 1장만 준비하면 된다. 피고인에게 송달되는 서류가 아니라, 법원 직원만 확인하면 되는 서류이기 때문이다. 신분증 앞면 사본은 필수 제출서류는 아니므로 복사기도 없고 휴대폰 카메라와 프린터도 없다든지 해서 준비하기가 곤란한 경우에는 생략해도 무방하다.

서류가 준비됐으면 전부 봉투에 넣고 해당 법원으로 등기우편으로 보내면 된다. 봉투에는 보내는 사람 및 받는 사람을 법원명까지만 쓰면 되며, 재판부 숫자, 사건번호, ‘배상명령신청서 재중’이라는 문구 등은 기재할 필요가 없다. ‘형사접수계’ 등 해당 법원의 접수부서명은 만약 정확히 안다면 기재해도 무방하나, 법원마다 부서명이 다르고 보통은 정확히 모를 것이므로 그냥 기재하지 않고 법원명까지만 기재해서 보내는 것이 무난하다.

등기우편은 우체국에서 보낼 수 있으며 요금은 2,500원 정도다. 편지봉투는 우체국에서 100원 정도에 현장 판매한다.

신청 후 진행과정

등기우편이므로 신청서가 법원에 도착하면 문자 또는 카톡 알림을 받을 수 있다. 알림이 오고 하루이틀 지나면 ‘나의 사건검색’에서 그 형사사건을 검색했을 때 본인의 배상명령신청이 ‘관련사건내용’에 ‘초기’ 사건번호로 등록돼 있는 걸 볼 수 있다. 사건을 접수한 법원은 배상명령신청서 부본을 피고인에게 송달한다.

사건 진행 도중 이사를 가는 경우에는 주민등록상 주소가 바뀌면 ‘주소변경신고서’, 송달장소만 바뀌면 ‘송달장소변경신고서’라는 서류를 간단히 작성해서 신분증 사본 첨부해서 법원에 등기우편으로 제출하면 된다.

참고로 주소변경을 신고하지 않으면 법원은 기존 주소로 판결정본을 보내고, 송달이 불능되면 공시송달로 처리된다. 공시송달된 서류는 나중에 해당 법원에 요청해서 교부받을 수 있다.

배상신청을 접수하면 배상신청인에게 공판기일 통지서가 송달된다. 그러나 실제 공판기일의 일시는 통지서 서면이 아닌 공판기일 당일 아침에 인터넷으로 ‘나의 사건검색’으로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판기일 하루 전날이나 심지어는 공판기일 당일에 공판기일이 연기되는 경우가 많아, 잘못하면 법원까지 헛걸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판기일에는 법원에 출석해서 피고인이 어떤 말을 하는지를 듣고 자기도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돈 받을 확률을 약간이나마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형사공판은 피해자의 주소지가 아닌 피고인의 주소지 법원에서 열리기 때문에 아마 그 법원까지 가서 공판에 참석할 시간적·금전적 여유는 없을 것이다. 여유가 없으면 참석하지 않아도 괜찮다. 대부분의 배상신청인은 공판에 참석하지 않는다.

재판이 시작되고 한 3~6개월 정도 지나면 판결이 선고된다. 피고인이 고의로 재판을 지연시키는 경우에는 더 오래 걸릴 수 있지만 그런 경우는 드문 편이고, 제1회 공판기일부터 자백하고 반성문을 제출하는 평범한 피고인의 경우에 이 정도 걸린다는 이야기다. 판결선고기일에는 피고인을 현장에서 만나려는 계획이 아닌 한 배상신청인은 출석할 필요가 없으며 출석한다고 딱히 도움 되는 것도 없다.

판결선고와 동시에 배상신청도 인용되거나 각하된다. 배상신청이 인용되는 경우에는 소촉법 31조 5항에 의해 판결정본이 배상신청인에게 송달된다. 이 판결문은 그 ‘종이 실물’이 집행권원이 되는 것이므로 스캔한 후에도 종이를 버리지 말고 잘 보관해야 한다.

배상신청이 인용돼 배상명령이 나왔다고 ‘이제 곧 돈 받겠구나’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① 애초에 배상신청이 인용됐다는 것은 재판이 끝날 때까지 범인이 여러분에게 돈 줄 생각을 안 했다는 뜻이므로 배상신청이 인용됐다고 해서 갑자기 범인이 태도를 돌변하여 자발적으로 돈을 갖다 바칠 가능성은 없고, ② 배상명령은 대부분의 경우 ‘이자’가 붙지 않아서 범인 입장에서는 돈을 빨리 주든, 5년 후에 주든, 50년 후에 주든 동일한 액면금액만 주면 되므로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돈을 빨리 줘야 할 인센티브가 없다. 게다가 시간을 질질 끌다가 채권자가 지쳐 나가떨어지면 소멸시효가 완성될 수도 있으니 더 이득이다. 그러므로 법원에서 판결이 났다는 이유만으로 좋아할 것이 아니고, 돈을 받으려면 스스로 강제집행절차를 밟고 필요하면 지급명령으로 이자 부분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청구를 해야 한다. 강제집행 방법에 대해서는 이 블로그의 ‘법률’ 카테고리에 올라오는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다른 블로그 중에는 jjs897님의 블로그가 가장 설명이 알차다.

배상신청이 각하되는 경우, 보통은 판결등본이 배상신청인에게 송달된다. 판결등본에는 피고인의 주민등록번호 및 주소를 포함한 자세한 인적사항이 적혀 있으므로 이걸 이용해서 지급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런데 배상신청이 각하되는 경우 판결문이 오지 않고 피고인의 인적사항이 없는 단순한 각하 통지만 달랑 오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민사소송 이외의 방법으로 피고인의 인적사항을 확보할 수 없으므로 ‘지급명령’을 신청할 길이 아예 막히고, 민사소송을 하려고 소장 쓸 때 형사판결문 범죄사실 부분의 기재를 참고할 수도 없게 되며, 나아가 소장 제출할 때 형사판결문을 증거로 제출할 수도 없게 되어 곤란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배상명령의 소멸시효

배상명령의 소멸시효는 몇 년인지 불확실하다. 3년일 수도 있고 10년일 수도 있다.

배상명령을 제외한 다른 집행권원의 소멸시효는 거의 10년으로 정해져 있다. 일반적인 민사판결의 소멸시효는 민법 165조 1항에 의해 10년이다. 지급명령의 소멸시효에 대해 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다39530 판결은, 지급명령은 민사소송법 474조에 의해 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고, 민법 165조 2항에 의하면 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것에 의해 확정된 채권은 판결과 소멸시효도 같기 때문에 지급명령의 소멸시효도 10년이라고 한다. 이행권고결정의 소멸시효는 위 대법원 판결과 동일한 논리로 소액사건심판법 5조의7 1항, 민법 165조 2항에 의해 10년이다. 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8다22008 전원합의체 판결도 이행권고결정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의 소멸시효가 이행권고결정 확정시부터 10년임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런데 배상명령은?

배상명령의 효력에 관하여 소촉법 34조 1항은 “확정된 배상명령 또는 가집행선고가 있는 배상명령이 기재된 유죄판결서의 정본은 「민사집행법」에 따른 강제집행에 관하여는 집행력 있는 민사판결 정본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지급명령이나 이행권고결정은 구차한 단서 없이 그냥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다’고만 규정돼 있는데, 배상명령은 ‘민사집행법에 따른 강제집행에 관하여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다는 단서가 달려 있는 것이다. 민법에 따른 소멸시효는 민사집행법에 따른 강제집행에 관한 문제인가?하면 그렇지는 않다. 그래서 배상명령에 관해서는 민법 165조 2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이 일응 가능하다.

하지만 꼭 이것만으로 배상명령에 민법 165조 2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지급명령·이행권고결정은 피고를 심문함이 없이 원고의 일방적인 주장에 의해 발령되는 재판이고, 배상명령은 피고인의 진술을 들은 후에 법원이 형사상의 유죄판결과 함께 선고하는 재판이므로, 심리의 충실도 측면에서 보면 지급명령·이행권고결정보다 배상명령이 훨씬 더 충실한 심리 끝에 내려진 재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급명령·이행권고결정이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것으로 보아 소멸시효가 10년으로 늘어난다면, 배상명령도 소멸시효와 관련해서는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것으로 보아 소멸시효를 10년으로 늘려 주는 것이 균형에 맞는다.

만약 배상명령에 민법 165조 2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소멸시효는 몇 년이 될까? 만약 배상명령이 본질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명하는 재판이라고 본다면 불법행위의 단기소멸시효인 3년이 적용될 것이다.

하지만 배상명령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명하는 재판인지도 사실 확실하지 않다. 제주지방법원 2015. 6. 17. 선고 2015고단438 판결은, 배상명령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가 정한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간편하고 신속하게 피해자의 피해회복을 도모하기 위하여 특별히 형사절차에 부대하여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된 특수한 소송형식으로서, 이는 민사상의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채무의 이행을 명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나아가 이 판결은 배상명령이 송달된 다음날부터 그 배상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하여 피고인이 이행지체에 빠지게 된다고도 하고 있다.

만약 이와 같이 배상명령에 의한 배상채무가 민사상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과는 관계없이 법원의 판결에 의해 비로소 형성되는 특수한 채무라고 본다면, 이 채무에 관해서는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민법 766조가 적용될 여지가 없고, 채권의 소멸시효에 관한 일반규정인 민법 162조 1항이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이렇게 보는 경우에는 배상명령에 민법 165조 2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더라도 배상명령의 소멸시효는 10년이 된다.

결론은 매우 애매하다. 개인적으로는 10년이라고 볼 여지가 크다고 생각하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좀 안전하게 가려면 일단 3년이라고 가정하고 행동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