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나라 3자사기,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돈 돌려줘야 하나?

3자사기는 대략 다음과 같이 이루어진다.

  1. 판매자가 자기 물건에 대한 판매글을 올린다. 여기서 물건은 꼭 ‘물건’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쿠폰 번호처럼 전자적으로 전송이 가능한 데이터일 수도 있다. 오히려 실물보다 데이터 쪽이 3자사기를 치기에 더 적합하다.
  2. 사기꾼은 판매자가 파는 바로 그 물건을 자기도 동일한 가격에 파는 것처럼 판매글을 올려, 불쌍한 구매자를 모집한다. 아니면 기존에 올라와 있는 ‘삽니다’ 글을 보고 연락해 구매자를 모집하기도 한다.
  3. 사기꾼은 판매자에게 연락해 물건을 살 것처럼 행세하여 판매자의 계좌번호를 알아내고, 구매자에게 연락해 물건을 팔 것처럼 행세하면서 판매자의 계좌번호를 마치 사기꾼 자신의 계좌번호인 것처럼 알려 준다.
  4. 구매자는 물품대금을 입금한다. 구매자는 자기가 사기꾼의 계좌로 입금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판매자의 계좌로 입금하는 것이다. 판매자는 자기 계좌로 물품대금을 입금한 사람이 사기꾼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구매자가 입금한 것이다.
  5. 구매자가 사기꾼에게 ‘입금했습니다’ 문자를 보내면, 사기꾼은 다시 판매자에게 ‘입금했습니다’ 문자를 보낸다.
  6. 판매자는 자기가 불러준 계좌로 매매대금이 정확하게 입금됐으므로 아무 의심 없이 사기꾼에게 물건을 발송한다.
  7. 구매자는 돈을 입금했는데 물건이 오지 않자 사기를 당했음을 깨닫는다. 처음에는 계좌주인인 판매자가 사기를 쳤다고 의심하지만, 판매자의 해명을 듣고 나서는 제3의 사기꾼이 따로 있음을 알게 된다.

이렇게 하면, 사기꾼은 자기 계좌번호를 노출시키지 않으면서도 물건을 먹고 튈 수 있다.

3자사기가 일어난 직후의 상태는, 판매자는 제값 받고 물건 팔았으므로 쌤쌤, 사기꾼은 자기 돈 안 들이고 물건을 얻었으므로 이득, 구매자는 돈만 떼먹혔으므로 손해다. 여기서 사기꾼이 구매자에게 돈을 돌려 주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될 것이다. 그러나 이미 튀어 버린 사기꾼한테서 돈을 받아 낼 방법은 없으니 구매자는 만만한 판매자를 붙잡고 돈을 받아내려 할 것이다. 법률용어로 말하자면, 구매자는 판매자에게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것이다.


이 경우 부당이득반환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리를 만들어 볼 수 있다.

첫째, 판례상 이런 경우 판매자에게는 급부보유에 대한 법률상 원인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중고나라 3자사기는 전형적인 ‘편취금전에 의한 변제’ 사례다. 대법원 2012. 1. 12. 선고 2011다74246 판결 등에 의하면, 사기꾼이 편취금전을 이용해 사기꾼 자신의 채무를 변제한 경우 채권자는 악의나 중과실이 아닌 이상 그 변제금을 보유할 ‘법률상 원인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한다. 중고나라 3자사기에서 판매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선의 무중과실이므로 구매자는 판매자에게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둘째, 판매자에게는 현존이익이 없다. 민법 748조 1항은 선의의 수익자는 설령 부당이득 반환책임을 진다 하더라도 그 받은 이익이 현존한 한도에서만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고나라 3자사기에서 판매자는 자기에게 매매대금을 지급한 자가 자신의 진정한 거래상대방이라고 믿고서 그 매매대금의 지급과 대가관계에 있는 자신의 반대급부인 물건인도의무를 이행해 버린 것이므로 판매자에게는 현존이익이 없다. 따라서 설령 판매자에게 부당이득반환책임이 성립한다 하더라도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줘야 할 돈의 액수는 0이다.

셋째, 판매자는 ‘선의의 제3자’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민법 747조 2항은 “수익자가 그 이익을 반환할 수 없는 경우에는 수익자로부터 무상으로 그 이익의 목적물을 양수한 악의의 제삼자는 전항의 규정에 의하여 반환할 책임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중고나라 3자사기에서 사기꾼은 구매자의 매매대금 지급으로 인하여 사기꾼 자신이 판매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매매대금 지급의무를 면했으므로 일종의 수익자라고 볼 수 있고, 판매자는 수익자인 사기꾼으로부터 돈을 전득한 제3자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판매자는 악의가 아니고, 돈을 받는 대가로 자기 물건을 보냈으므로 무상으로 돈을 전득한 자도 아니다. 따라서 구매자의 판매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인정하는 것은 민법 747조 2항에 반하거나, 적어도 그 규정의 취지에는 반한다.

넷째,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당사자들의 기대에 부합한다. 일반적인 선입금 택배거래의 경우, 구매자는 저쪽이 사기꾼일 가능성이 있음을 잘 알면서도 그 정도 위험은 자기가 부담할 수 있겠다고 판단하여 선입금을 하는 것이고, 판매자는 위험부담을 하고 싶은 의사가 전혀 없기 때문에 반드시 입금확인을 먼저 한 후에야 택배를 발송하는 것이다. 즉, 판매자는 자기가 사기꾼 리스크를 지지 않을 거라고 기대하면서 거래를 했고, 구매자는 자기가 사기꾼 리스크를 질 거라고 기대하면서 거래를 했다. 그렇다면 그 사기꾼 리스크가 실제로 현실화돼 손해가 발생했을 때, 그 손해는 구매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지 않으면 판매자는 불측의 손해를 입고 반대로 구매자는 예정에 없던 이득을 얻는 결과가 초래되고 말 것이다.

따라서 구매자의 판매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는 허용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


이와 관련해 어떤 사람은 3자사기의 경우 구매자는 판매자에게 일종의 ‘착오송금’을 한 것이므로, 착오송금 판례에 비추어 볼 때 구매자가 입금한 돈을 판매자가 꺼내 쓰면 판매자에게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기본적으로 ‘착오송금’에서 ‘착오’라는 단어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에 나오는 게 아닐까 한다. 착오송금 사안에서 횡령죄가 성립하는 이유는 그게 ‘착오’로 인한 송금이어서가 아니라 송금인과 예금주 사이에 부당이득반환관계가 성립하기 때문이다(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착오송금 사안에서 착오송금인은 예금주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지므로, 착오로 송금된 돈은 형식적으로는 예금주 명의의 계좌에 들어 있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송금인 소유의 돈이다. 이런 상황에서 예금주가 돈을 꺼내 쓰면 이는 타인의 돈을 무단으로 꺼내 쓴 것이므로 횡령죄가 성립하는 것이다.

그런데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중고나라 3자사기에서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부당이득반환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는 경우, 구매자가 입금한 돈은 형식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온전히 판매자의 것이다. 따라서 이렇게 보는 경우 중고나라 3자사기에서 구매자가 착오(?)로 입금한 돈을 판매자가 꺼내 쓰더라도 횡령죄는 성립하지 않는다.